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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생활(워킹홀리데이)

런던

by floating_boat 2020. 9. 1.

2015년 늦여름 어느 날. 런던.

 

    적당한 오전 시간에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다. 도시의 첫 느낌은 차가웠다. 건조하면서도 흐린 날씨가 한몫했고, 이민가방과 캐리어를 들고 혼자 택시를 타서 그럴 수도 있다. 택시기사는 대부분의 영국인들처럼 친철하지만 묵묵했다. 에어비엔비를 통해 작은 방 하나를 임시숙소로 예약해두었는데 호스트가 직접 맞이하지 않는 숙소였다. 숙소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다는 사실도, 방이 무려 5층에 있다는 사실도 모두 도착해서 깨달았다. 나는 내 몸집보다 큰 가방을 혼자 옮겨놓고 근처 마트에 가서 전자렌지로 조리하는 파스타를 사다 먹었다.

 

    런던은 예상한 것보다 조용한 도시였다. 중심지인 패딩턴 역 근처였음에도 서울 시내에 비하면 인적이 훨씬 드문 모습이었다. 서울을 떠나기 직전 친구들과의 송별회와 가족들의 작별인사를 핑계로 시끌벅적한 시간을 보냈기에 이런 고요함은 갑작스러웠지만 싫지 않았다. 아빠의 후배네 가족이 런던에 살고 있어서 도착하는 날 마중 나와달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처음부터 혼자 하고 싶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바로 노트북을 켜 집을 알아보고 일자리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비자 신청을 계획하고 준비하던 시점부터 영국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자리잡기까지 단거리 달리기를 한 기분이었다. 유학원의 도움 없이 모든 서류를 혼자 준비하고 드디어 도착했지만 곧바로 처리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핸드폰을 빨리 개통해야 외국인에게 주민등록번호와도 같은 NI넘버를 신청할 수 있었고, 이를 받는 시간을 단축해야 은행 계좌도 개설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걸 해결하는 와중에 집과 일자리도 알아보아야 했다. 매일 만나는 사람이라고는 낯선 사람들뿐인 와중에 혹시라도 외로움을 느낄까 봐 더 바쁘게 지냈다. 일주일을 예약해둔 임시숙소에서 나흘 정도 지냈을 즈음 한국인 주인아저씨가 사는 집으로 이사를 결정하게 되었다. 런던 중심지에서 다소 벗어나있는 ‘뉴몰든’이라는 소위 한인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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